타이완 종교 문화 지도

핑둥현 둥강진에서 3년에 한 번 열리는 평안제전은 참여 인원수와 규모가 타이완 전국에서 가장 커 ‘북쪽에는 시강, 남쪽에는 둥강’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최근에는 대부분 음력 9월에 개최되고 있으며 동룡궁에서 교(점을 칠 때 사용하는 반달 모양의 나뭇조각)를 던져 일자를 정한다. 평안제전의 전체 과정은 13개 과정으로 이루어지며 각각 다음과 같다: 1. ‘각두(角頭) 직무 교대(송왕 의식 3일 후 제비를 뽑아 결정)’ 2. ‘왕선 건조(영왕 의식이 있기 2년 전부터 시작)’ 3. ‘중군부 안좌’ 4. ‘진표(進表) 의식’ 5. ‘대천부 설치’ 6. ‘청왕(請王) 의식’ 7. ‘불 건너기 의식’ 8. ‘행차’ 9. ‘사왕(祀王) 의식’ 10. ‘왕선 옮기기’ 11. ‘화온압살(和瘟押煞) 의식’ 12. ‘연왕(宴王) 의식’ 13. ‘송왕(送王) 의식’

영왕제전의 송왕 의식 3일 후에는 제전을 위해 수고한 사람들을 위해 ‘복연(福宴)’을 연다. 복연에서는 신의 가마와 왕선 기물 등의 책임을 맡은 둥강의 각두 7명과 마을 대표들로 구성된 교반회(轎班會)가 온부천세 앞에서 제비를 뽑아 다음 의식의 각두 직무를 맡을 사람들을 정한다. 대천세를 담당할 각두는 대총리, 내・외총리, 참사 등을 선정하며, 다른 6개 각두는 부총리와 참사 각 1명을 뽑아 제전의 주요 의식을 맡게 한다.

법선(法船)은 둥강 영왕평안제전(東港迎王平安祭典)에서 가장 중요한 법기이다. 법선은 주로 전염병, 사악한 기운, 요괴와 악귀 등을 싣고 떠나 지역이 평안을 유지할 수 있도록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옛날에는 백성들의 생활이 어려워 물자가 풍부하지 않아 주로 대나무와 종이로 왕선을 건조했으며, 1973년부터는 나무로 왕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일반적으로 왕선의 길이는 10여 미터에 달하며(의식 때마다 사당 측에서 교를 던져 길이를 결정한다) 건조 기간은 약 4개월이다. 둥강은 타이완의 주요 항구 중 하나이기 때문에 조선사들이 탁월한 기술을 가지고 있다. 왕선의 건조 과정은 옛 법을 그대로 따르고 있으며 왕선에 사용되는 목재는 수백만 위안 어치에 달한다. 왕선이 건조될 때에는 전 지역 주민이 봉사 정신을 바탕으로 힘을 모아야 하기 때문에, 둥강 지역의 ‘전민(全民) 운동’이라고 부를 수 있다.

현지인들이 ‘청수(請水)’라고도 부르는 청왕의식은 전체 평안제전이 시작됨을 나타낸다. 대천순수(代天巡狩)의 천세야는 배를 타고 와서 배를 타고 떠나기 때문에 청왕 의식은 모두 둥강 해변에서 진행된다. 대천세의 교반(轎班)에서 청왕대에 두첨(頭籤)을 올리면, 각 각두의 계동(乩童)이 제전을 위해 강림한 대천세의 이름을 쓴다. 일반적으로 당해 평안 제전에서 맞이하는 대천세의 이름은 사당의 대총리 등 소수의 사람만이 알고 있다(제전 이틀 전에 사당 문을 닫고 교를 던져 알게 됨). 천세는 모두 36명이 있는데 매년 평안제전에 임하는 천세가 모두 달라 계동이 쓴 이름이 당해 제전에 임하는 천세의 이름이 맞는지 동륭궁의 관계자가 확인하고 나면 바로 우레와 같은 폭죽과 징, 북소리를 울려 신에 대한 환영의 뜻을 알린다. 이후 순서에 따라 행차가 시작된다.

불 건너기 의식은 도교에서 사악한 것을 제거하고 몸을 정결하게 하는 의식이다. 행차 행렬이 동룡궁으로 돌아오기 전 사당에서는 5개 방위에 따라 나무를 쌓고 불을 붙인 후 왕령과 가마를 정결하게 하는 의식을 진행한다. 동룡궁에서 5명의 천세야를 맞이하기 때문에 ‘오왕화(五王火)’라고 부르기도 한다. 온부천세, 대천세, 이천세, 삼천세, 사천세, 오천세, 중군부 등의 순서로 불을 건너며 이후 천세들을 대천부에 안좌한다. 신도들 또한 집에서 섬기는 신상을 모시고 불을 건너며 복을 기원한다.

평안제전의 클라이맥스인 신의 행차는 대천순수의 위력을 보여주며 사악한 영과 더러운 것을 몰아낸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행차가 진행되는 나흘 동안 신도들은 집에 제사상을 차려 행렬을 맞이하며, 각 사당의 진두들이 가마를 따라 행차하고 곳곳에서 폭죽을 터트려 매우 성황을 이룬다.

왕선 건조장에서 왕선을 꺼내어 이동시킨다. 송왕 의식 전날 오후에 거행하며, 둥강진의 주요 도로를 행차하기 때문에 거대하고 웅장한 왕선이 참배객과 신도, 여행객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왕선 옮기기는 행차 길을 따라 전염병을 쫓아내기 위한 것으로 역귀와 재앙을 왕선이 모두 가지고 간다는 의미가 있다. 거대한 왕선이 육지의 길 위를 움직이는 진귀한 모습이 뛰어난 장관을 이룬다. 행차 노선을 따라 위치한 상점과 가정집에서는 천세와 그를 따르는 신병(神兵), 신장(神將)들의 보호에 감사의 의미를 나타내는 예물들을 준비하는데, 어떤 사람들은 도교 의식에서 자주 사용되는 종이 인형(속칭 체신자)를 준비하여 가족들의 액운을 왕선이 대신 가져가 주어 행운이 오기를 바라는 마음을 나타낸다.

송왕 의식은 영왕평안제전의 마지막 의식이다. 왕선과 각두 7명이 자리를 잡으면 가마를 왕선에 태운 후 길한 시간을 기다렸다가 도사가 대총리를 이끌고 바다로 향하는 물길을 연다. 이때 왕선의 닻을 올리고 폭죽을 터트리며 침향 가루와 금종이를 더해 불이 잘 붙을 수 있도록 한다. 불길이 점점 거세지는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왕선이 하늘을 향해 항해하고 있음을 나타내는 것이며, 이로써 전체 축제도 최고조에 이른다.